명재가 16일 공연 후 태워줘서 편하게 남양주까지 잘 왔고

17일에는 민경이랑 잠실에서 만나서 그토록 기대하던 잠실 멘야하나비에서 점심을 먹고 수다를 좀 떨었다.

사실 롯콘때문에 걍 잠실에서 보자고 한거긴 하지만 ㅋ.ㅋ

무튼 민경이 만나기 전 후로 롯데월드몰이랑 에비뉴엘 구경 좀 하다가 4시 10분쯤 롯콘으로 입성.




(아 사실 만나기 전에 한번 롯콘 미리 답사 가서 보긴 함 ㅋㅋ)

표 받고 잠시 밖에 나가서 사진 좀 찍다가(롯콘은 건물들이 다 연결되있어서 밖에 공중정원도 있음)

내 자리인 C구역 4열로 들어갔다.

흐 이게 또 나중에 개꿀자리가 될 줄 어떻게 알았겠노 ㅋㅋㅋ



1부의 첫 곡은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

난 교향곡 평을 잘 못한다. 왜냐? 잘 모르거든...

아직도 피아노 리사이틀에나 피아노 협주곡에만 반응하는 편식쟁이다.

클초보, 클린이라 그렇겠지 뭐.

무튼 전반적으로 괜찮았음. 어째 16일 체칠리아보다 17일 서울시향이 훨씬 나은 것 같다는 느낌을 이때부터 받음 ㅠ


그리고 나서 드디어 대망의 이안 보스트리지 성님 등장.

와 ㄹㅇ 머리크기 내 절반 키는 더큼 완전 빼빼로임 저게 서양인 수트핏이구나 싶었음

오늘의 프로그램은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가곡 모음 중 4곡.

아 이건 장난이 아니다. ㅠㅠ 목소리가 박살난다 걍 너무 좋다 ㅠㅠㅠ

유튜브로만 듣던 걸 실황으로...

곡에 빠져든 나머지 본인 몸을 주체 못하고 풀썩 힘이 빠지거나 지휘자석 지지대를 손으로 잡기도 하고

그런 모습들에도 다 빠져들고 말았다.

 

첫 번째 곡은 물고기들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

와 이런 현학적인 가사를 이렇게 가사와 똑같은 내용과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를 무척이나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곡은 북치기 소년.

처형당하기 직전의 소년의 호소를 있는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세 번째 곡은 기상나팔.

야 이건 ㄹㅇ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 보다 몇십배는 좋았다.

전쟁통에 죽어가는 군인의 행복한 상상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특히 트랄랄리~하는 부분에서 생동감 있게 표현해 주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가사가 좀 슬프긴 했다만.

 

마지막 곡은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 울리는 곳.

이것도 왤캐 가사가 슬프냐... 좀 행복하고 밝은 거 없냐? ㅠㅠ

이 역시 전쟁터에서 애인을 만나고 싶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그 상황이 잘 느껴졌다.

이안 보스트리지 역시 당신은 갓...레전설...그저 갓... ㅠㅠㅠ

그 꺽다리같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량을 유감없이 들려주시고는 간지나게 퇴장하심.

아, 지휘자와 오케도 보스트리지의 노래에 맞춰 잘 조절해가며 연주해주었다. 전혀 노래에 방해되거나 그런 부분이 1도 없었음.

 


인터미션때 잠깐 쉬는데

잉...?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 해서 혹시나 하고는 인사해보니

같은 처 통신쪽 대리님이네.

ㅋㅋㅋ 서울까지 와서 그것도 공연장에서 회사사람이랑 마주치게 될 줄이야.


 

그리고는 2부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헐 오른쪽 입구에 회색 가디건을 입은 보스트리지가 뙇! 하고 등장.

1부 끝나고 2부 관람하러 들어가시는 듯 했다.

자리는 C구역에서 앞 뒤로 나눠지는 딱 경계 맨 뒷줄 가운데.

평소에 백조의 노래(이 앨범 심지어 피아니스트가 안토니오 파파노였다. ㅋㅋㅋㅋㅋㅋ)

를 즐겨듣는 나로서는 저사람이랑 언제 말을 섞어보겠냐...싶어 갈까말까 하다가 결국 쫄려서 못가고

그렇게 2부 시작.


(근데 조금 있다 대반전이 하나 있음 ㅋㅋㅋㅋ)



아 굉장히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까먹었었는데

내 뒷자리 교양없는 4인가족 ㅅㅂ롬들 진짜. 무슨 영화관 오는 복장이랑 관람태도로 올거면 다신 오지말고 썩 꺼져버려.

 

와 솔직히 프로코피에프라는 작곡가의 작품은 잘 몰랐는데

미친 이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줄 수 있는건가?

아니 누누히 얘기하지만 산타 체칠리아보다 몇배는 나았다. ㄹㅇ

보스트리지 성님께서 1부에서 감동을 한번 다발로 안겨주고 가셔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친 이건 16일의 베토벤 운명이랑은 쨉이 안되는 감동이잖아?

서울시향이 이런 소리를 내준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스모 벤스케 아재.

지휘 너무 절도있게 잘 하신다. 이끌어 낼 때 이끌어 내고 또 차분히 주도해 가시는 그 모습...

롯콘도 목욕탕 소리라 했는데 의외로 괜찮았고. 아 물론 그 느낌 진짜 있긴 하더라. ㅋㅋㅋ

 


그렇게 끝나고 으뜸이형이랑 저녁 먹으러 얼른 내려가려는데

엘레베이터 만원 에스컬레이터 만원 반대쪽 엘레베이터도 만원 ㅡㅡ

결국 포기하고 좀 기다렸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려는데

응? 뒤에서 보스트리지 성님이 뙇 하고 나타나버리네?

잽싸게 옆으로 가서 인사하고 괜찮으시면 셀카한장? 여쭤봄.

'아 저 지금 빨리 가야되서 가능하면 빨리 부탁좀' 이러시는데

어떤 ㅅㅂ롬이 먼저 선수치네? 빡쳤지만 매너있게 기다렸다 바로 찍었지 ㅋㅋㅋ

그리고 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익스큐즈미! 하고 한장 더 부탁함 ㅋㅋㅋㅋ

알고보니 존잘러 바리톤 전공생이래. 클갤에 인증까지 함. 기만자놈...

웃긴게 이렇게 되니 보스트리지랑 같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게 됨ㅋㅋㅋㅋ


나는 용기내서 '내 최애앨범은 Schwanengesang-백조의 노래이다' 라고 하니까

뭐? 라고 한번 되물으시더니 아 슈바넨게상. 땡큐. 존나 시크하게 이럼 ㅋㅋㅋ

근데 갑자기 부인한테 영통이 오는 듯 나한테 익수큐즈미 이러고 폰을 만지시는데 왠걸 전화가 끊김 ㅠ

그리고는 이제 한층 내려와서 갈라지는 길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Have a good time in Korea!' 라고 하니 또 시크하게 땡큐. 이러고 잽싸게 사라지심 ㅋㅋㅋㅋ

와... 내가 이런 대가랑 말도 섞어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ㅠ

솔까 16일 조성진도 좋았지만 난 17일이 슈퍼울트라캡숑짱이었다.



올해 공연 중 가장 좋은 기억은 11월 17일의 이안 보스트리지와 오스모 벤스케, 그리고 서울시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는 집으로 돌아가다 찍은 사진.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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