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친구와 통화하다 요새 뭐 공연 안하나 싶어 인터파크 티켓을 뒤지다가
아 맞다... 김정원님 공연 있는 걸 깨닫고 오늘 아침 급히 전화를 걸어 표를 구했다.
퇴근하고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 하나 물고 운전하여 여유있게 도착했다.
표를 찾아 결제하고 좌석을 보니 왠걸 진짜 꿀자리 ㅎㅎ
입장하고 15분쯤 기다리니 훤칠한 키의 미중년 김정원님 뙇! 등장 ㅎㅎ
시작하기 전 김정원 님이 4년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준비했다고 하셨고, 드디어 그 앨범이 나왔다고 했다.
또 슈베르트의 생애와 작품 전반적인 부분을 간단히 설명도 해 주셨다.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음악가 슈베르트,
교향곡을 7개나 썼지만 생전 직접 연주되는 걸 보지 못했고,
베토벤을 존경하여 피아노 소나타조차 베토벤과 비슷하게 써내려가다(맞는지 모르겠다; 뇌피셜일수도)
자기의 경지를 구축한 천재 음악가 슈베르트.
그리고 슈베르트 소나타는 청중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았다 ㅋㅋ
오늘 주간 퇴근 후 바로 간거라 좀 피곤하기도 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1부는 겁나 졸았다 ㅠㅠ
사실 잘 모르는 곡들이기도 했고, 1부에 유독 관크가 좀 심했다.
영화관에 온듯 온몸을 들썩이고 연인과 이야기하는 커플,
온 공연장에 다 퍼지는 비닐봉지소리를 끊임없이 내서
결국 김정원님이 D.850 2번 시작 전 강제로 몇초 더 쉬게 만든 비닐봉지 빌런 -_-
뒤에서 계속 꼼지락거리는 아줌마 등등 ㅋ
그래서 사실 1부는 잘 모르겠다. 근데 그 와중에도 D.850 연주 시 오른손이 다소 빠르다고는 계속 느끼고 있었다.
인터미션 쉬고 2부를 시작하는데, 오늘따라 마음이 급하셨는지 오른손이 살짝 평소보다 빠르고 후반부로 갈수록 뭉개지는 부분이 계속됐다.
이걸 왜 정확히 느꼈냐면 D.960은 지난 3월 임동혁 리사이틀 가기 전 대비하다 보니 수십번 들었던 곡이거든...ㅋㅋㅋ
그래도 역시 훌륭했다. 명 연주자의 아우라는 남달랐다. 최소한 뭉갤지언정 대놓고 들리는 미스터치는 한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준비된 순서가 끝나고 박수가 나오는데, 박수의 강도와 지속시간, 그리고 거의 나오지 않는 환호성으로 미루어 보아
뭐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지방공연에서는 서울 수준의 관객매너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오늘 앵콜곡인 D.899 3번만은 정말 일품이었다.
임동혁님 연주는 부드럽다고 하면, 김정원님 연주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함이 느껴지는 그런 연주였다.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로 전국 투어 하시는 중에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었다는게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나는 평소 사인을 안받는지라... 그냥 갈까 하다가 포스터 떼내는 것 하나 받아서 맨 마지막 순서로 사인받았다.
솔직히 한 두어번 내려갔다 왔다 ㅋㅋ 한번은 포스터 테이프 떼러, 한번은 사인 받기로 맘먹고 김정원님께 뭐 드릴 거 없나 차에서 찾으러.
그래서 파해가는 사인 행렬의 맨 뒤에 줄을 섰다.
아무래도 지방이고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사인회가 나름 프리해 보였다.
사진찍는 것도 전부 다 웃는 얼굴로 응해 주시고, 팬들 요청을 하나하나 다 받아주시는 걸 보고는 참 프로라고 생각했다.
(아 님들 근데 좀 과하지 않나요.. 모든 일에는 '선'과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 ㅠ)
그걸 잠깐 보는 와중에도 밥먹고 살기 힘들구나...를 느꼈다 ㅋㅋㅋㅋ
어쨌든 마지막 내 순서가 되어 김정원님이 먼저 인사를 하셨다 ㅠㅠ 내가 먼저 했어야 되는데.
V라이브로 평소 자주 뵙는다고 너무 미남이시라고 하니 읭? V라이브를 보는 사람이라닛 하며 살짝 놀라시는 표정.
생각해보니 피아니스트 분께 직접 뭔가 말을 건네본 게 저번 신창용님 이후로 두 번째이다.
조금 전 내려가서 차에서 찾은, 접때 선물받은 러시아 당근핸드크림을 발견하여
추워지는데 쓰시라고 하며 사인 받은 후 드리니 감사하다고 하시며 활짝 미소지으셨다 ㅎㅎ
찍어줄 사람이 없어 사진은 과감히 포기하고 왔는데, 다음부터 사인회가 이런 프리한 분위기면 과감히 셀카라도(!) 찍고 와야겠다.
가다가 뒤돌아와서 인사라도 한번 건네보고 선물도 드린 게 잘했다 싶고, 오늘은 조금은 뿌듯한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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